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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당(文堂)

"뚝배기 보담은 장 맛"

어제 퇴근길 서울버스에 설치된 TV에서 흘러나오는 영상 중 박서보라는 노화가 분의 이야기가 나왔다.

"나는 3등으로 유명했어, 인지도는 있는 데 작품은 잘 안 팔리는 사람으로, 그래서 어차피 작품도 안 팔리는데 돈이 좀 많이 들더라도 대작을 만들자고 생각했지"

글을 쓰고 책을 내는 나에게도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. 남에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4~5년 동안은 기술을 연마하면서 좋은 작품을 숙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.

전업화가에게 4~5년의 휴지기는 생계의 문제도 있을 것인데,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익히는 게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.

 

작품을 내는 게 곧 생계로 이어지는 전업화가도 생계보다 작품의 질을 생각했다면, 생계가 개입되지 않은 작품을 내는 나에게 작품의 질은 더 생각하기 쉬운 주제가 아닐는지..?

 

영상을 보면서, 출판한 책의 숫자나 그 책에 들어간 작품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를 만들더라도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으로 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
물론 깊은 울림을 내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. 그래서 "깊은 울림을 낼 수 없다면 최소한 코웃음 치게 하는 글은 면하자"라고 생각했다.

 

"뚝배기 보담은 장 맛이다"라고 하는 말이 있다. 장이 담긴 뚝배기가 아무리 멋지고 훌륭해 보여도, 결국 그 뚝배기 속에 담긴 장의 맛이 떨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.

나도 뚝배기를 어떻게 좋게 보일까 하는 고민보다 차라리 장 맛을 좋게 하는데 고민을 하고 싶다. 그리고 장 맛을 좋게 했으면 좋겠다.

적절하게 조화되며 생두 본래의 특성을 잘 살려 볶아진 원두처럼...